락스를 뿌리고 며칠만 지나면 곰팡이가 또 올라온다. 겪어본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락스가 안 들어서가 아니다. 곰팡이가 자리 잡은 위치가 문제다.

표면 곰팡이 vs 뿌리 곰팡이

타일 표면에 낀 곰팡이라면 락스(차아염소산나트륨)로 거의 다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까다로운 건 실리콘 줄눈처럼 구멍이 많은 재질이다. 여기서는 곰팡이 균사(곰팡이가 표면 아래로 뻗어나가는 실 같은 뿌리)가 안쪽까지 파고든다. 락스는 표면 색소만 탈색시켜 하얗게 보이게 할 뿐, 속에 박힌 균사까지는 건드리지 못한다. 그러니 습기만 다시 차면 안쪽에서 번져 올라오는 것이다.

⚠️ 락스는 반드시 환기하면서 쓰고, 산성 세정제(변기용 세제 등)와는 절대 같이 쓰지 않는다. 섞이면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희석 비율과 안전 수칙은 락스 안전 사용법 리포트에 정리했다.

얼마나 깊이 박혔는지 확인하는 법

락스를 바르고 하루이틀 지켜보면 답이 나온다. 색이 하얗게 빠진 채로 유지되면 표면 문제였던 것이다. 반대로 며칠 안에 같은 자리에서 거뭇한 자국이 다시 올라오면 균사가 이미 안쪽까지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한국소비자원 실측 결과

한국소비자원이 시판 욕실세정제 8개 제품을 놓고 비교 시험을 했다(비교공감 제2022-19호). 6개는 곰팡이를 완전히 죽였지만, 2개는 완전 사멸에 실패했다. 포장에 “곰팡이 제거”라고 박혀 있어도 제품 4개 중 1개꼴로는 실제 사멸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재발을 줄이려면

  • 환기: 샤워를 마치면 창문이나 환풍기로 습도를 떨어뜨린다.
  • 물기 제거: 실리콘 부위는 수건이나 스퀴지로 물기를 훔쳐낸다.
  • 재코팅: 곰팡이가 깊이 파고든 실리콘은 제거제로 씨름하기보다 재실링(실리콘 재작업)이 확실하다.

재실링, 직접 할 수 있을까

기존 실리콘을 커터칼로 완전히 걷어내고 안쪽 곰팡이 자국까지 알코올로 닦아낸 뒤 새 실리콘을 쏘는 작업이다. 도구값만 놓고 보면 2~3만원대라 직접 할 수는 있다. 다만 기존 실리콘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그 위에 덧바르면 안쪽 균사가 그대로 남아 금방 재발한다는 게 함정이다. 자신이 없으면 욕실 부분 재실링만 전문 업체에 맡기는 방법도 있다. 줄눈 길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만원 안팎이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월세인데 곰팡이가 자꾸 생기면 집주인한테 요구할 수 있나요?

민법상 임대인은 세입자가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줄 의무가 있다. 다만 책임은 원인에 따라 갈린다. 외벽 균열이나 단열 시공 불량처럼 건물 자체의 구조적 문제라면 임대인 책임으로 보는 경우가 많고, 환기를 거의 안 하거나 빨래를 실내에 자주 널어 생긴 습기성 곰팡이는 임차인 관리 소홀로 보는 경우가 많다. 판단이 애매하면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같은 곳에 상담해보는 게 안전하다.

이미 새까맣게 착색된 실리콘도 제거제로 지워지나요?

착색이 오래되고 짙으면 제거제로는 색이 잘 안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균사가 살아있는지와 별개로 미관상 문제라면, 이런 경우는 재실링이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다.

결국 표면만 하얗게 만드는 제품과 소비자원 사멸 시험을 통과한 제품은 다르다. 그 차이를 알고 골라야 헛수고를 줄인다.